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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본인 마누라 켄짱(절판)





-책소개-


정치풍자 만화집 「보통 고릴라」로 주목받고 있는 주완수의 만화 에세이. 일본인 아내 켄짱과의 소박한 일상을 통해 다른 나라, 다른 성의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혀 다른 환경과 문화적 배경 속에서 살아온 아내와의 만남과 결혼생활의 속내, 한-일 두 나라를 오가며 일상의 풍경에서 느낀 한 만화가의 감상을 진솔하게 담아낸 책.


-저자 소개-


 주완수


주완수는 1959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고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교육학을 전공했다. 1988년 정치풍자 만화집 를 발표하며 신선한 충격과 함께 만화계에 들어와 , , , , , 등 여러 매체에 작품을 연재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 밖에 '우리만화연대' 회장을 비롯하여 여러 만화관련 기관의 감투를 쓰고 활동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 , , ,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보통 고릴라'에서 서정적인 만화 에세이로 

<보통 고릴라>로 유명한 만화가 주완수 씨가 오랜만에 새책을 내놓았다. 지난 1997년 <기억상실 2> 출간 이후 6년만의 일이다. <보통 고릴라>가 날카로운 정치풍자로 순식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기억상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그러면서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서민들의 삶을 8컷짜리 만화로 압축해서 보여줌으로써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달리 표현하면, 나는 아내와 늘 젊게 살고 싶고, 조금 쓸만한 예술가가 되고 싶고, 내가 몸 얹혀 사는 한반도가 살아남을 길은 주변 여러 나라가 힘을 합쳐 동북아시아 블럭을 만드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말이 된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위의 세 가지 주제를 만화 에세이라는 형식에 담아낸 것이다. 2002년 <문화연대>에 연재한 만화 에세이에 글을 보강하고, 일본에 머물면서 틈틈이 쓴 글과 그림들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동안 일본인 아내와 만나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만화가 주완수의 작품 세계에도 새로운 주제와 내용이 등장했다. 이번 작품집에서 그간 그가 겪은 내·외적 변화와 함께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나라 문화 사이의 같음과 다름, 전혀 다른 환경과 문화적 배경 속에서 살아온 아내와의 만남과 결혼생활의 속내, 한-일 두 나라를 오가며 일상의 풍경에서 느낀 한 예술가의 서정 등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이전의 작품에 비해 그의 그림과 글 모두 한결 완숙하고 차분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톡 쏘는 시사만화가 특유의 날카로움과 번득이는 기지가 사라진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한 걸음 물러서서 느긋하게, 세련된 감수성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 이 책을 통해 만만치 않은 문학성을 보여주는 저자의 글솜씨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도란도란, 나지막한 목소리로 시대와 역사의 문제에 대해, 그리고 자기 내면을 성찰하는 그의 글과 그림을 따라가노라면 만화가 주완수는 여전히 젊은 감각으로 살아 있는 작가임을 느낄 수 있다. 

조선된장 같은 일본인 아내 켄짱

서문에서 작가는 이 책을 '아내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라고 밝혔다. 정 붙일 데 없이 쓸쓸한 세상, 그나마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세월을 잊고 노는 재미가 있어 위안이 되었고 켄짱 역시 그런 사이에 만난 좋은 친구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켄짱의 본명은 시무라 유리(志村有理)이다. 성씨가 많은 일본에서도 시무라 씨(氏)는 흔치 않은 성씨인데, 유명한 코미디언 시무라 켄과 성이 같다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주위에서 켄짱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고 한다. 물론 작가는 푸짐한(?) 아내의 몸매가 캔(can)과 같아서 붙여진 별명일 거라고 놀리지만. 도쿄에서 태어나 단기대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다 한국으로 왔고,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중에 주완수와 만나 결혼했다. 

'켄짱'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정말 이상한(?) 일본 여자다. 일본 옷 유카타보다 한복이 훨씬 잘 어울리고, 독한 소주를 즐겨 마시는 술꾼에다, 임신중에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출산준비 책자 중 순전히 자기 편한 방식만 따른다. 가령 한국 책이 음주를 금하고 일본 책이 약간의 맥주는 괜찮다고 하면 일본 책을 따르고, 반대로 일본 책이 가벼운 운동이 좋다고 하고 한국 책이 편한 상태로 휴식을 취하라고 하면 한국 책을 따른다. 외모나 기질은 아마도 백제 유민의 자손일 거라고 추측할 만큼 한국인과 비슷하지만, 생활비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10원 단위까지 다 기록해 두는 철저한 기록습관을 가진 일본인이기도 하다. 남편이 책 속에서 묘사한 켄짱의 실제 모습은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이제 두 사람 사이에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귀여운 아들 강후가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아내는 평범하지만 용감하고, 나는 별스럽지만 소심하다. 나는 국립대 교수라는 신분이 위안이 될 만큼 나이를 먹었지만, 아내는 창작 이외의 일로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게으른 만화가라는 것이 불만일 만큼 젊다. 내 공백의 많은 부분을 아내가 채워주고 있으니, 나도 아내의 어떤 부분을 채워주고 싶다. 죽는 날까지.

-<마흔세 살의 자화상> 중에서

켄짱과 같이 살며 알게 된 것이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는 두 껍데기가 오랜 세월 가까운 거리에서 무시로 부딪혀도 깨어지지 않으면서 서로 상처를 입히는 사이에서도, 그 둘의 작은 틈으로 길을 만들고 먼저 만나 그 껍데기를 몸으로 부대껴서 부수며 두 껍데기 안 더 많은 사람이 서로 만나길 바라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가로 놓인 편견이나 질시나 오만 앞에서 나와 켄짱은 한없이 작지만, 할 수만 있다면 우리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고 싶다.

-<다래끼와 모노모라이> 중에서


-추천평-


갑자기 출현한 만화 <보통 고릴라>는 내가 효과적이라고 기대한 내용과 형식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파라독스, 위트, 풍자정신, 그리고 사안을 보는 시각의 예리함, 거기다 서정성까지 놓치지 않았다......주완수는 아마도 이 땅에서 능청스러움에 담은 시사풍자화를 본격적으로 그린 최초의 만화가였을 것이다. (중략) 

완수의 글은 아주 문학적이고 곰삭아 있고 뭉글뭉글하면서도 정교하다. 젊은 감각으로 쓴 자아성찰과 시대와 삶이 준 상처를 핥는 맛, 그리고 그런 것들을 매우 세련된 감수성으로 드러내고 있다. 강한 뼈다귀를 감싸고 있는 도가니 연골 같기도 하다. 그래, 그것을 오래 오래 끓인 곰탕 같은 맛도 나고 아주 일본 음식 같은 상큼한 맛도 난다. 녹진녹진한 글 속엔 깊은 분노의 칼이 숨겨져 있기도 하다. 이 사람 문학쪽으로 가야 할 사람 아냐? (중략) 

글들은 평소의 완수의 말투처럼 나지막하고 도란도란하다. 그 속에 아프게 꼬집는 앙코가 들어 있어 맛을 더한다. 다음은 뭘까? 그렇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빙그레 웃기도 하며 때로 뭉클하고 때로 싸하며......- --- 박재동(시사만화가, 애니메이션 감독)